문장/일기 14

사람들이 너무 싫어질 때

제대로 글을 쓰지 않은 지 두 달 정도 되었다. 하반기 내내 고민한 졸업논문도 글이지만 그 이외에 다른 글은 거의 쓰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이어온 연재도 멈췄고 블로그 운영도 안 하고 있다. 연재를 재개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으나 글을 쓸 마음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왜 글을 쓰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사람들에게 할 말이 별로 없어서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는 독자를 상정하는 일종의 말하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에 쓰는 것이다. 그간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사람들과 그리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할 말도 없었다. 나는 예민한 천성 탓에 인간관계에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썼고 그 때문에 내 말과 행동에도 크게 주의를 기울였다..

문장/일기 2022.12.29

22.12.07.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된 지 좀 되었다. 가끔 내 안에서 사람들을 향한 혐오감이 일렁일 때 나란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나는 너무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다. 미뤄온 숙제도 끝내고 나름 입에 풀칠도 하고 있다. 이상하다. 이런 감정을 느낀 지는 몇 달 되었다. 나는 늘 내가 1~2년 동안 어딘가로 사라진 것 같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마치 감쪽같이, 먼지처럼, 타노스가 만든 '블립'처럼. 코로나 유행으로 군대에서 사회와 연결될 기회는 많지 않았고 그 속에서 그리움이 깨나 있었다. 내가 알던 곳, 내가 만나던 사람들. 그로부터 벗어난 후 나는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만나려고 연락을 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사람들은 내가 알던 그 사람..

문장/일기 2022.12.08

비를 맞아도 괜찮아요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오늘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날씨 어플을 보고 저녁에 비가 올 예정이길래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빠르게 내 할 일만 마무리하고 저녁 전에 집에 가서 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노트북을 붙잡고 글을 쓰고 있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골이 아프길래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었다. 창밖을 보는 내 눈에는 생각지 못한 광경이 들어왔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유리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아뿔싸. 나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 오늘 일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그냥 입고 온 후드티를 활용해서 견디기로 했다. 원래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 다닐 때도 비 예보가 있지만 그리 많은 양..

문장/일기 2022.11.12

오늘의 1호선

1호선에 문제가 있었다. 늘 파란만장하고 별의 별 일이 다 있는 1호선에 새삼스럽게 문제라는 단어를 쓰나 싶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칼을 찬 아저씨가 나오고 잡상인이 상시 등장하는, 이상한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 어젯밤 영등포역에서 무궁화호가 탈선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망자는 없었고 30 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열차 탈선 사고는 흔치 않은 일인 데다 최근에 큰 참사를 겪었기 때문에 소식을 듣자마자 당황스러웠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여파는 오늘까지 이어졌고 많은 열차가 연착되고 사람들은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전광판은 정확한 열차 위치를 공지해주지 못했고 연착이 심각하여 열차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큰 사고가 있었기에 이런 소식 하..

문장/일기 2022.11.07

2019년 4월 18일

감기에 걸렸다. 몸이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 날이 좋은 날 감기에 걸리면 서러움은 배가 된다. 팔다리는 기운이 없이 축 늘어지고, 낯빛은 누렇게 변한다.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듯 세상은 어지러이 흐트러지고 이마는 지끈지끈 뜨거워진다. 손에 쥔 리모컨을 까딱거리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한두 시간 보고 나면 어느새 질리기 마련이다. 환한 밖을 바라보며 거실에 누워만 있는 것도 서러운데 이따금 들리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화마저 돋운다. 그러게 몸 관리 좀 하지 그랬어. 넌 발이 차가우니까 양말을 꼭 신어야 해. 너는 혈액순환이 안 되어서 걱정이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귀가 따갑도록 집안을 울린다. 때로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볼멘 소리로 저항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어차피 우리 집에서 어머니의 잔소리를 이..

문장/일기 2022.07.31

본방 사수?!

방송 출연진이나 제작진이 ‘본방 사수’를 외치던 때가 있었다. 꼭 제 시간대에 봐달라고 시간을 안내하는 광고도 있었다. 프로그램에 있어 시청률은 인기의 지표이자 광고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00년 중반 그쯤부터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는 가정이 부쩍 늘었고 그러면서 굳이 재방송을 통해서 얼마든지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한 본방송의 시청률 내지 화제성 감소를 막기 위해서 방송사는 ‘본방 사수’를 강조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었다. 최근 내가 본 프로그램 중에서 본방을 꼭 봐야 한다고 말하는 곳은 없었다. ‘본방송’이라는 작은 표시로 본방송임을 알리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그마저도 몇몇 드라마에 그쳤다. 미디어의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OTT 업계..

문장/일기 2022.07.12

새벽 운동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지난 주 장마를 맞고 나니 더위가 한층 짙어졌다. 얼마 전까지 겪던 여름은 가스 불 앞에서 요리하는 느낌이면 요 며칠 느끼는 여름은 아궁이 앞에서 불을 피우는 느낌이다. 비유가 이해가 안 된다면 '후덥지근하다'에서 '이글이글 타오른다'로 변했다고 이해하면 느낌을 알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런닝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래도 야외에서 하는 활동이고 오랜 시간 밖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추운 겨울에는 추위를 견뎌야 하고 더운 여름에는 더위를 견뎌야 한다. 물론 헬스장에 있는 트레드밀이라는 아주 좋은 기구가 존재하지만 나는 밖에서 하는 런닝과 트레드밀의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오르막..

문장/일기 2022.07.05

22.04.25.

나는 인스타그램을 잘 쓸 자신이 없다. 나처럼 한가하게 사는 사람에게 인스타는 너무 화려해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재밌다. 그래서 최대한 재미 없는 방향으로 쓰고 있다. 구독용, 사진용, 비밀 계정으로 쪼개고 심지어는 글만 쓰고 어플을 바로 지운다. 그래도 탈퇴는 못 한다. 연락 안 하고 혼자 조용히 사는 게 천성이라 이것마저 안 하면 좀 찝찝하다. 전화하면 다들 네가 웬일로 전화냐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내게 통화는 대개 ARS 인증 용도니까. 낯간지러워서 못하겠다. 그래도 요즘은 전화를 자주 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안 하다 버릇해서 5분을 넘기기가 힘들다. 하여튼 요즘 나는 DIY로 사는 중이다.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아서 스스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버스 값 아끼려고 자전거 타고 도서관을 ..

문장/일기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