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

파란 서울 버스 502

오늘도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502를 탔다. 파란 서울 버스 502는 집 근처 차고지에서 출발해 서울을 거쳐 다시 돌아온다. 나는 서울을 오갈 때 502를 자주 탄다. 서울을 가는 일은 내게 그리 달갑지 않다. 서울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거리는 늘 바쁘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수많은 차들의 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모두들 뒤도 안 돌아보고 어디론가 빠르게 흘러간다. 그 거리를 홀로 걸을 때면 수많은 사람이 내 곁을 지나치지만 나만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두 자기 갈 길이 바쁜 서울의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애초에 도시와 그리 친한 사람이 아니다. 부모님은 모두 시골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도 도심에서 약간 빗겨 나 작은 산과 논,..

문장/에세이 2023.01.01

나를 계속 살아있게 만드는

어제 덕수궁에 갔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가서 만날 사람도 굳이 보려고 한 것도 없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나는 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즐겨 보고 있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박은빈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덕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영우만으로 부족했던 나는 그의 과거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다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드라마를 찾았다. 여기서 은빈님은 늦은 나이에 바이올린을 전공하여 미래에 대해 고민 중인 스물아홉 살 캐릭터를 연기한다. 어제 아침에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고 있었는데 거기서 남주인공이 연락이 안 되어서 찾으러 가보니 고궁을 구경하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내일 비도 오는데 오늘 고궁을 보러 가볼까 생..

문장/에세이 2022.07.14

서울이라는 공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대학 이외엔 밖에 나갈 일이 좀체 없지만, 그래도 가끔 영화를 보러,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 때론 아무 이유 없이, 서울로 가곤 한다. 좋아하진 않는다. 그곳은 끝없이 팽창하고 있어서 언제 터질지 모를 풍선 같다. 수많은 사람과 건물. 지하철을 타며, 다리를 건널 때, 저 멀리 보이는 도로의 빽빽한 차들을 보며, 내 숨이 막힐 것 같다. 많은 사람을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단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서울은 그런 삶을 느끼기엔 너무 바쁘고 빠르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렇게 팽창하는 와중에, 그 팽창을 견디지 못해 사라진, 빠른 팽창에 밀려나고 사라져 버린, 또는 사라져 버릴 것들이 있다. 고등학생 때, 추운 손을..

문장/에세이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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