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2

우연이 만들어준 인연 - 윤종신,『배웅』

2012년 겨울,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수업 진도가 다 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율학습 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전자사전을 가져와서 음악과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옆자리 친구가 자기도 듣고 싶다고 하길래 이어폰 한쪽을 건네주었다. 여러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EBS 라디오에서 멈췄다. DJ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무척 생소한 노래였지만 나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감상했다. 그 노래는 윤종신의 ‘배웅’이었다. 당시 나에게 윤종신은 가수보다는 방송인에 가까웠다. 팥빙수 노래도 들어 본 적이 있었고, ‘교복을 벗고~’라고 시작하는 노래도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노래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찾아 듣는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이야기/음악 2022.11.07

참, 잘 했어요 - 윤종신, 『잘 했어요』

“정말 견디기 힘든 지난 한 해였다. 일은 일대로 풀리지 않고 가슴은 답답하고. 그런 모든 고민들을 털어놓고 얘기 나눌 사람은 이미 나를 떠난 지 오래고. 잊으려고 여러 사람 만나 보기도 하고 좋아하려고 사랑하려고 애써봤지만 그럴수록 내 자신이 민망하고 창피하고. 그런 99년을 하루 남겨두고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냥 그렇게 잊어가는 것 같았는데. 멍하니 처음 만났던 청담동 카페 근처를 이리저리 돌다가 성진이 형 스튜디오를 찾았다. 혼자서는 그날을 보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술 기운이 어느 정도 올랐을 때 난 태어나서 가장 서럽게 울어댔다. 멍청하게, 볼품없게, 지저분하게. 내 가사 속에선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애썼던 그 눈물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00년 4월 ..

이야기/음악 202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