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5

김현철 - 『32℃ 여름』

김현철의 1집과 3집에 관한 이야기를 19년도에 쓴 적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시티팝의 인기가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나 또한 그 열풍에 발맞춰 수많은, 시티팝이라고 우리가 일컫는 음악을 많이 들었다. 타츠로 야마시타, 마리야 타케우치,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 등등. 그 중에는 김현철도 빼놓을 수 없었다. 한 번쯤 이 시절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 1집과 3집을 다룬 글은 그런 맥락에서 쓰게 된 글이었다. 사실 그 글은 본래 두 음반을 다루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었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두 음반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2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글을 완성하고 후속작으로 2집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자 했지만 다른 주제의 글을 먼저 써야만 했다...

이야기/음악 2023.01.09

과거에 산다는 것

몇 달 전 우연히 ‘집 번호를 준다는 것은’ 이라는 곡을 들었다. 에픽하이가 랩을 하고 린이 노래를 부른 이 곡은, 헤어진 연인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온 지 14년이나 된 곡이라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엠넷 채널을 보다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감성에 젖게 만든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된 느낌이 든다.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의 편곡 때문만은 아니다. 제목에 떡하니 쓰인 ‘집 번호’ 라는 단어 때문이다. ‘집 번호.’ 라는 단어는 정말 낯설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집 번호를 물어 봤던 게 언제였을까? 집 번호로 연락했던 적은? 그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낯선 일이 되었다. 집 전화는 시골에 사는 할머니댁에서나 보는 물건이 되었다. 혹여 집에 두었어도 그 존재를..

이야기/음악 2023.01.01

잠이 오지 않던 밤들 - 로꼬, 『잠이 들어야』

군대에서의 첫날은 기막힌 하루였다. 그때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여러 명이 밀집해서 지내는 그곳의 특성상 방역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나는 약한 기침 증세가 있었는데 그 사실을 솔직히 말하자 나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 그곳은 코로나19에 걸렸을지 모를 유증상자를 격리하는 시설이었다. 나는 거기에서 1인 1실 격리를 해야 했다. 하얀 벽에 침대와 책상이 있었고 책상 위에는 훈련 교본이 있었다. 널찍한 방에 혼자서 훈련 교본만 붙들고 하루를 보내려니 막막했다. 그래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험악한 인상으로 훈련병을 맞이하는 조교를 마주치지 않았다는 데 만족했다. 문제는 밤이었다. 진주의 8월 말은 더웠다. 그러나 방은 통풍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에어컨은 없었고 선풍기 한 대만이 천..

이야기/음악 2022.11.08

우연이 만들어준 인연 - 윤종신,『배웅』

2012년 겨울,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수업 진도가 다 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율학습 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전자사전을 가져와서 음악과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옆자리 친구가 자기도 듣고 싶다고 하길래 이어폰 한쪽을 건네주었다. 여러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EBS 라디오에서 멈췄다. DJ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무척 생소한 노래였지만 나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감상했다. 그 노래는 윤종신의 ‘배웅’이었다. 당시 나에게 윤종신은 가수보다는 방송인에 가까웠다. 팥빙수 노래도 들어 본 적이 있었고, ‘교복을 벗고~’라고 시작하는 노래도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노래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찾아 듣는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이야기/음악 2022.11.07

추억 속 음반 가게

음반을 구입하려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찾다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향뮤직 홈페이지까지 오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트였다. 인디 음반을 구하거나 대형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매니악한 음반을 구입하는 데 자주 이용하였다. 그런데 내가 생각지 못한 게시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공지] 홈페이지 운영 중지에 대한 안내" 공지를 보고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20년 전에는 소위 '레코드샵'이라는 것이 꽤나 흥했다. 그때는 아직 성공한 음반이라면 1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거기에 홍대를 거점으로 대중에게 알려지던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영향도 상당했다. 향뮤직은 그 음반 시대의 유산이다. 그것도 옛날 일이..

문장/에세이 202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