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6

김현철 - 『32℃ 여름』

김현철의 1집과 3집에 관한 이야기를 19년도에 쓴 적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시티팝의 인기가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나 또한 그 열풍에 발맞춰 수많은, 시티팝이라고 우리가 일컫는 음악을 많이 들었다. 타츠로 야마시타, 마리야 타케우치,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 등등. 그 중에는 김현철도 빼놓을 수 없었다. 한 번쯤 이 시절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 1집과 3집을 다룬 글은 그런 맥락에서 쓰게 된 글이었다. 사실 그 글은 본래 두 음반을 다루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었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두 음반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2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글을 완성하고 후속작으로 2집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자 했지만 다른 주제의 글을 먼저 써야만 했다...

이야기/음악 2023.01.09

어린 날의 영웅들 - Nieve,『風の中のプリズム(바람 속의 프리즘)』

올해 초부터 포켓몬빵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00년대 초중반에 나와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을 재출시한 제품이었다. 특히 이 제품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캐릭터와 포켓몬을 위주로 만들어져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포켓몬빵을 찾는 사람이 어찌나 많았는지 ‘우리 가게는 포켓몬빵이 없어요’라는 종이를 붙인 편의점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먹었던 맛이 기억나지 않아 먹어 보고 싶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실물을 보지도 못했다. 엄밀하게 말해 나는 포켓몬스터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때, 소위 무인편이라고 하는 시기를 직접 보고 자란 세대라고 할 수는 없다. 무인편이라고 하니 무척 생소할 텐데 간단히 말해 피카츄가 처음 등장하고 이슬이와 웅이가 함께 다니던 작품이라고 하면 아실 것 같다. 그 작품이 S..

이야기/음악 2022.11.07

우연이 만들어준 인연 - 윤종신,『배웅』

2012년 겨울,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수업 진도가 다 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율학습 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전자사전을 가져와서 음악과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옆자리 친구가 자기도 듣고 싶다고 하길래 이어폰 한쪽을 건네주었다. 여러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EBS 라디오에서 멈췄다. DJ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무척 생소한 노래였지만 나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감상했다. 그 노래는 윤종신의 ‘배웅’이었다. 당시 나에게 윤종신은 가수보다는 방송인에 가까웠다. 팥빙수 노래도 들어 본 적이 있었고, ‘교복을 벗고~’라고 시작하는 노래도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노래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찾아 듣는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이야기/음악 2022.11.07

매해 돌아오는 8월의 크리스마스

17년 겨울엔가 배우 김주혁이 사고를 당해서 유명을 달리했다는 뉴스를 아르바이트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중에 생긴 일이어서 그 충격은 더했다. 그 소식을 듣고 한동안 그가 남긴 인터뷰나 관련된 기사를 틈틈이 찾아 보았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져 있는 듯했다. 그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여러 영화를 찾아 보지 않고 좋아하는 영화를 자주 돌려 본다는 이야기였다. 널찍한 티비도 아닌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말이다. 나와 참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일이 드물다. 작은 화면도 화면이거니와 마우스 커서(스마트폰은 터치)만 살짝 돌리면 다른 것을 만질 수 있는 특성상 산만해지기 쉽상이어서다. 그래..

이야기/영화 2022.07.05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1987년 11월 1일, 유재하는 교통사고로 생을 달리 했다. 그의 나이는 스물 다섯이었고, 고작 음반 한 장과 다른 가수에게 준 몇 곡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유재하가 남긴 흔적은 그의 인생보다 더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유재하의 이름을 딴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올해로 20회째를 맞이 했고, 17년엔 그의 30주기를 기리는 음반도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시간을 20년 정도 거꾸로 돌린 97년. 유재하의 10주기를 맞아 많은 가수들이 모여 그의 음악을 기리는 음반을 만들었다. 제목은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 가사 중 일부를 차용한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였다. 음반 제작에 참여한 가수의 면면은 지금 보아도 화려하다. 최근 시티팝 유행을 타고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김현철이 총..

이야기/음악 2019.09.22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김현철(1)

가수 김현철은 이제 가수라기보다는 복면가왕의 패널로 더욱 익숙하다. 그렇기에 설령 가수 김현철을 안다 하여도 그의 노래보다는 ‘복면가왕에 나오는 패널 중에서, 음악에 대해 정교한 평을 내놓는, 예전에 가수였던 듯한 안경 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할 듯싶다. 그렇지만 10년 넘도록 발표한 음반이 단 한 장도 없는 가수에게 이런 모호한 표현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재의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복면가왕 패널 출연자’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끔 다른 가수에게 써준 곡 몇 개를 제외하면, 변변찮은 곡 하나 내지 않는 가수에 불과하지만, 90년대부터 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작곡가이자 가수였다. 이소라의 음반을 프로듀싱하며, 그에게 수많은 곡을 써줬다. 또한, 자신 역..

이야기/음악 2019.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