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팽창하는 와중에, 그 팽창을 견디지 못해 사라진, 빠른 팽창에 밀려나고 사라져 버린, 또는 사라져 버릴 것들이 있다. 고등학생 때, 추운 손을 호호 불며, 먼 길을 달려 찾아갔던, 내가 사랑하는 음악이 흘러 넘치던 신촌의 향음악사. 그곳처럼 더는 팽창하는 서울에서는 머물 자리가 주어지지 않아,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동반되는 인간의 삶처럼, 인간의 손이 닿은 문명도 어느 순간엔 그 자취를 감추게 되리란 사실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죽음의 필연성을 알아도, 매번 그 앞에서 미끄러지며 슬퍼하는 인간이기에 사라지는 것들을 보며, 처연하고 슬픈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땅값, 가치, 수익. 그런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
그래서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작은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는다. 그것이 담고 있던 기억, 흔적, 그리고 빛을 카메라 안에 담는다. 아니, 잡아 둔다. 언젠가 물리적으로는 사라질지라도,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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