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된 지 좀 되었다. 가끔 내 안에서 사람들을 향한 혐오감이 일렁일 때 나란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나는 너무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다. 미뤄온 숙제도 끝내고 나름 입에 풀칠도 하고 있다. 이상하다.
이런 감정을 느낀 지는 몇 달 되었다. 나는 늘 내가 1~2년 동안 어딘가로 사라진 것 같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마치 감쪽같이, 먼지처럼, 타노스가 만든 '블립'처럼. 코로나 유행으로 군대에서 사회와 연결될 기회는 많지 않았고 그 속에서 그리움이 깨나 있었다. 내가 알던 곳, 내가 만나던 사람들.
그로부터 벗어난 후 나는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만나려고 연락을 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사람들은 내가 알던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1~2년의 시간이 나에게는 무척 짧게 느껴졌다. 군 생활은 길었지만 그 사이에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미미했다. 정지되어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멈춰 있고 사람들은 흘러간, 그 시간의 간극을 넘어 서로를 마주한 순간 나는 더 이상 이 사람이 내가 그리워하던 그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람들에게 나는 과거의 누군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마치 잊혀진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이 나에게 잦아질수록 사람들을 만나기 꺼려졌다. 반가움, 기쁨, 즐거움 뒤에 씁쓸함이 밀려왔고 조금씩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 공허함을 달래려 여름에는 이 사람 저 사람과 술을 많이 마셨다. 그러다 이렇게 살면 정말 비참해지겠다는 생각에 술을 끊으려 했다. SNS를 정리한 것도 그 시점이었고 미뤄온 숙제를 기필코 끝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과거로부터 나 자신을 뜯어내려고 했다. 그렇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을 만날 때마다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늘 마주해야 했다. 차라리 알바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까지 들었다.
정녕 내 안에 무언가가 망가진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왔고 지금이 올바른 방식인 것일까? 나도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건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그것을 둘러싼 몇 가지 관계와 기억에게 열심히 작별인사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다. 정말 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서 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 글을 공개적인 공간에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위로도, 공감도 필요없다. 차라리 일기에 쓰는 편이 더 나은 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굳이 여기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 생각을 봐주길 바라는 일말의 사회성일지 모를 일이다. 하하. 사람들이 싫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다니 인간이란 참 간사한 존재이다.
오늘은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와서 글을 썼다. 이제 잠이 좀 오려나.
'문장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1.31. (0) | 2023.01.31 |
---|---|
사람들이 너무 싫어질 때 (2) | 2022.12.29 |
비를 맞아도 괜찮아요 (0) | 2022.11.12 |
오늘의 1호선 (0) | 2022.11.07 |
2019년 4월 18일 (0) | 2022.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