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가 스마트폰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겪은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를 통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습관을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을 간략하게나마 전달하고자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중독 현상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흔한 선택지는 금지이다.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이라면 알코올을 절대 입에도 대지 않고 니코틴 중독이라면 담배를 끊어버리는 식이다.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고 가장 단순하다. 우리의 경우라면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법일 테다. 스마트폰을 과감하게 던지고 과거에 우리가 사용하던 피처폰을 선택한다면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수많은 중독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단은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선택지이면서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선택지이다. 만약에 중단만으로 중독을 막을 수 있다면 세상에 있는 알코올과 니코틴을 다 뺏어버린다면 해결될 테다. 모두 알다시피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기준과 목표 없이 단순히 중단하는 방법은 겉보기에 문제를 싹 치워버린 듯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아마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찾게 되거나 강한 금단 현상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은 니코틴과 알코올의 사례보다 복잡하다. 후자는 쾌락 내지 관계 형성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많다. 밖에 나와서도 지도를 보며 길을 찾을 수 있고 이동 중에 연락을 할 수 있다. 음악 감상에, 카메라로 우연히 만난 멋진 건물을 찍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혜택이 있다. 수많은 장점을 포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면에 스마트폰이 주는 악영향은 심각한 수준까지 미치지 못한다. 니코틴, 알코올 중독은 심각한 금단 증상을 수반하는 데 반해,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고 정신 착란 같은 병적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금 허전하고 불편한 느낌을 느낄 뿐이다. 갑자기 아프거나 병들어 보이는 일 역시 없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수행 능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무척 사소해서 체감하기 힘들다.
풍성한 장점, 그리고 쉽사리 체감하기 힘든 부작용. 우리가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지기 힘들게 만드는 지점이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각보다 거부하기 힘들 만큼 매력적이다. 잠들기 전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지 않거나 알림을 모두 꺼버리는 방식으로 쉽게 스마트폰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의 스마트폰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칼 뉴포트(Cal Newport)가 동명의 저서에서 이야기한 철학이다. 그가 말한 바는 이러하다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꺼이 놓치는 기술 활용 철학
칼 뉴포트, 『디지털 미니멀리즘』, 세종서적, 2019, p.48
칼 뉴포트는 스마트폰의 문제를 금지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확고한 가치관을 토대로 기술과 맺는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고자 한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문제이니 없애는 식이 아니라 대체 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일상에 지장을 겪고 그로 인한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히는지, 그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만 확실하게 취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냄으로써 디지털 활동을 더욱 유익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할 때 우리는 이런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아, 이거 아까운데.' 스마트폰이 주는 수많은 혜택이 눈에 밟힐 것이다. 음악 감상, 지도 활용 등 널리 알려진 것부터 클릭 한두 번으로 얻을 수 있는 작은 포인트와 할인 혜택까지. 이 모든 것을 버릴 만큼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의미 있는 일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칼 뉴포트라면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말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맞는지,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지 않은지 되물을 것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사용하지 않는다에 있지 않다. 정확한 기준과 명료한 규칙을 수립하는 데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파악하여 필요한 부분을 확실하게 취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어서 그에 맞게 사용함으로써 최고의 효용을 얻고자 한다. 그것이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골자이다.
물론, 기준과 규칙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너무 엄격하면 지키지 못해서 어기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 너무 느슨하고 모호하면 쉽게 무너져 내린다.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단호한 태도와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꾸준함을 위한 인내와 노력 역시 요구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한 달 간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몸소 실천하며 겪는 시행착오를 다룰 예정이다. 스마트폰을 적게 쓰면서 느낀 불편함,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알 수 있는 편안함 등을 일상 속 사례를 통해 살펴 볼 생각이다. 더불어 '디지털 미니멀리즘' 책의 내용도 소개하고 내가 그 사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남길 것이다. 나의 기록이 앞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며 조금 더 능률적인 일상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꾸준히 쓰며 나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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