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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낯선 사람들

“나의 몽상 속 어느 고대의 사막에는 빛의 모자를 쓴 고래가 있었따. 고래가 노래를 부르면 내 머리카락엔 햇빛이 가득 묻어났다.” 이소라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음반.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음반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고찬용이 만든 재기발랄한 음악, 각 맴버들의 화음.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신선한 음반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색칠을 할까’ 와 '버드나무가 있는 공원’ 을 부른 허은영의 목소리를, 이 음반에서는 제일 좋아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1030942481&code=900307 “이들이 대중에게 ‘낯설게’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오해’에서 비..

이야기/음악 2018.10.14

생각할 줄 아는 렌즈

저는 지난 달, 3년 간 사용하던 LG G4가 잦은 고장으로 더 이상 사용이 불가해짐에 따라, 새로운 스마트폰 LG G7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의도한 건 아녔는데, 공교롭게도 플래그십 모델 중 저렴한 쪽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계속 LG를 쓰게 되네요.) G7은 ‘ThinQ’라는 LG의 인공지능 브랜드가 붙은 제품으로서 구글 어시스턴트, LG Q보이스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방향에 힘을 준 스마트폰입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구글 어시스턴트를 켤 수 있는 버튼을 폰 옆면에 따로 둘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인공지능 기능을 전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 달 간 사용해본 결과, 아직 인공지능 기능이 제가 생각하는 만큼 자유롭지 않아 신기함, 그 이상에 미치지 못합니다. 구글 어시..

문장/에세이 2018.10.11

작은 돌 하나

쏴아쏴아 파도가 치는 겨울의 한 하이얀 모래사장 위엔 작은 돌 하나가 놓여 있다. 한 손에 쥘 수 있을, 퍽 크지 않은 돌이지만, 뾰족하게 날이 서있어 누군가에게 돌팔매질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디서 온 돌일까. 저 먼 바다 물결 타고 이리로 온 것일까, 저기 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풍파를 맞으며, 깎여 나간 흔적일까, 아니면 모래가 오랜 기간 퇴적되어 단단해져서 만들어진 돌일까.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사람 하나 없는 겨울, 모래사장에 바다를 바라보며, 놓여 있을 따름이다. 돌은 이따금 저 먼 수평선 끝을 바라본다. “내가 가보지 못한 저 멀리엔 무엇이 있을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저 먼 수평선 끝을 바라보고 있자하니, 마음 한 켠에 부족한 자신의 모습만 되새김질할 뿐이었다. 저기 날아다..

문장/에세이 2018.09.24

나를 돌아보게 해

90년대 한국 음악. 최근 많이 회자되던, 그 당시 대중음악에서 약간만 시각을 돌려보면, 대중의 무관심 속에 묻혀 있던 소중한 음반들을 만날 수 있다. H2O의 ‘오늘 나는’ 은 그 음반들 중 단연 최고라 꼽을 수 있다. 80년대 헤비메탈과 90년대 인디음악의 가교 역할을 한 음반이자, 한국 락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음반이다. 이 음반이 보여준 곡 구성, 연주 방식, 세련된 가사는 분명히 90년대, 더 나아가 21세기 한국 락에서 우리가 자주 마주치던 모습이며, 설령 직접적으로 이 음반이 예상치 못한 불운으로 모두의 관심 뒷켠으로 사라지며 잊혀졌을지라도, 여러 인디밴드와 가요에 상당한 기여가 되었으리라,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한 방향성의 시발점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음반을 처음 켰을 때 만나게 ..

이야기/음악 2018.09.09

세탁비누의 삶

요새 내 취미는 세탁이다. 처음엔 세탁 주의사항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 다른 가족 때문에 옷이 망가지는 걸 원치 않아서 시작했지만, 어느덧 쉬는 날이면, 볕이 드는 베란다에 앉아서 혼자 빨래를 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내 옷만 빠는 편이기 때문에, 나는 거의 손세탁만 하는 편이다. 대야에 물을 받은 후, 옷감 손상을 피하기 위해 중성세제를 풀고, 그 안에 옷을 넣고 주물럭주물럭하고서, 잘 헹군 뒤에 옷걸이로 널어 둘 때, 그 순간 바람이 살짝 살랑하고 불어서 옷이 펄럭이면 왠지 모르게 내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그 느낌 때문에 늘 빨래를 한다. 요즘 빨래하는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베란다 한 켠에 언제부터 썼는지 알 수 없는, 낡은 빨래판 하나가 놓여 있는데,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서 어느 순간부터 ..

문장/에세이 2018.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