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옷

신발끈과 신발

김그린. 2019. 5. 13. 14:56

끈을 묶을 줄 몰라 부모님이 묶어 놓은 신발끈이 풀리면 그저 풀린 채로 집에 돌아오던 초등학생 때부터, 자주 신는 운동화의 끈이 자꾸 풀려 애를 먹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밖에 나갈 때면 신발끈은 많은 경우에 있어 나와 함께 한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역사와도 오랜 기간 함께 했다. 그러나 그렇게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임에도 그것의 역사를 정확히 확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 발견된 바를 토대로 살펴볼 경우, 2008년 아르메니아의 ‘Areni-1’ 동굴에서 발견된 가죽 신발에 있던 가죽 끈이 가장 오래된 신발끈이다. 해당 신발은 기원전 3,500년 경에 만들어진 (혹은 신던) 신발로 여겨지며, 이를 토대로 보자면 적어도 인류는 신발끈과 약 5,500년 정도의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10년이 흐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신발끈은 5,000년이라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인류와 함께 하고 있다. 신발끈은 요리나 세탁처럼 인류의 생존과 매우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때때로 자꾸 풀려서 우리를 귀찮게 만들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삶에서 매우 사소한 부분에 속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발끈은 신기하게도 오랜 세월을 거치고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대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는 않다. 5천 년 전의 신발끈과 지금의 신발끈은 근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는 곧 신발끈을 둘러싼 여러 고민이 오랜 세월만큼 함께 했음을 알려준다. 여러 소비자의 요구와 발달하는 기술에 발맞춰 신발끈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신발끈의 고전적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신발이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몇몇 사람은 신발끈을 색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거나, 더 나아가 그것을 아예 없애려는 시도를 한다. 나는 이러한 노력과 그로 인해 빚어진 변화를 중점으로 신발끈의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위에서 신발끈의 역사가 꽤나 오래되었다고 언급하였지만, 신발끈이 신발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없다. 신발은 “땅을 딛고 서거나 걸을 때 발에 신는 물건”을 칭하기 때문이다. 신발끈이 없더라도 우리가 발에 신는 무언가면 신발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신발끈의 역사보다 신발의 역사가 길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법한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는 샌들이다. 샌들은 주로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한다. 특유의 형태 때문에 대개 온난한 지방 또는 열대지방에서 볼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경우, 여름에 길거리를 거닐면 샌들을 신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발 전체를 감싸기 않기 때문에, 보통의 신발에 비해 만들기가 쉽기에 매우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발견된 샌들 중 가장 오래된 샌들은 Fort Rock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대략 1만 년 전의 물건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 시대 때도 이미 제작 기술이 발달되어 있었으며,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크게 유행했다.

샌들은 신발의 종류 중 하나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발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대개 샌들은 앞코가 없어 발가락 부위를 전혀 보호하지 못하며, 그러한 문제점은 발바닥을 제외한 모든 발 부위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며 신고 벗기 편리하다는 아주 매력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일상 속 모든 경우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신발의 사전적 정의에는 부합하지만 통상적인 신발로 간주하기엔 어렵다. 그러므로 신발끈을 중점으로 논의할 경우, ‘신발끈이 없는 신발’이 맞지만 논의에 중심적인 요소로 두기엔 걸맞지 않다. 또한 샌들은 정확한 역사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형태를 고려할 때 신발끈보다 더 오래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때문에 신발끈을 둘러싼 노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샌들을 제외한다고 해서 신발끈에 대한 탐구가 더 선명해지진 않는다. 그 이후에 등장한 구두들 역시 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1590년 경에 뒤축이 생기고, 16~17세기 경에 초핀(Choppine)이라 하는 굽이 높은 슬리퍼가 크게 유행하였다. 그 이후 굽의 높낮이나 앞코의 모양이 바뀌는 등의 변화가 존재하였고, 부츠 등 여러 형태의 신발이 등장한다. 그런데 신발끈이 언제부터 등장하였는지 그 시점은 찾을 수가 없다. 신발이 어느 나라에서만 등장한 물건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인류사 곳곳에서 등장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는 뒤축이 생기기 전부터 가죽끈을 활용하였다고 한다면, 또 다른 곳에서는 가죽에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어서 신는 모카신이 고대부터 있었다고 전해진다. 신발이 기록을 구체적인 기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오래되었다. 또한, 여러 곳에서 발생한 것처럼 신발끈 역시 어디에서 어디로 전래되었다거나, 혹은 만들어졌다거나 하는 특정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신발끈의 역사를 통해 신발끈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결국 탐구를 더 이어가기 위해서는 폭을 많이 좁혀야 한다.

가장 명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것은 현대에 들어서 등장한 신발이다. 현대에 나온 신발, 특히 운동화는 대형 기업에 의해 기획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그 역사와 기능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발달한 기술을 통해 단순히 신발끈이 없는 형태의 신발과는 다르게, 신발끈이 없음에도 신발끈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능을 넣거나 신발끈을 사용자가 직접 묶지 않아도 되는(?) 형태의 운동화도 등장하고 있다.

 

특이한 신발끈을 가진 운동화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발은 리복 펌프이다. 리복 펌프는 89년 발표된 농구화로 신발끈이 아닌 공기 주입을 통해 신발을 발에 맞추는 기술 - 이를 펌프 테크놀로지라 부른다 - 을 적용하여 만든 운동화였다. 신발끈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신발은 신발끈을 꽉 묶어서 신발을 발에 맞춘다. 물론 리복 펌프에도 신발끈이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수행하는 역할은 펌프가 담당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퇴화된 신발끈이라 보아도 무방했다. 이는 단순히 신발끈이 없는 경우와는 엄연히 달랐다. 가령 로퍼와 같은 슬립온 형태의 신발은 신발끈이 없었지만, 신고 벗는 데 있어 편리함을 주기 위한 신발이었고, 이러한 형태의 신발을 발을 꽉 잡아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신발이 아니었기에 그것은 별 다른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리복 펌프는 운동화이기 때문에 발을 제대로 잡아주어야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운동에 지장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부상까지도 유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리복 펌프는 펌프를 통해 공기를 넣어서 신발이 발을 잡아줌으로써 신발끈이 해야 하는 역할을 대신 수행할 수 있었다. 끈을 묶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 펌프 테크놀로지는 당시에 큰 충격이었고, 많은 이들이 펌프를 구입한 후 하루 종일 펌프 버튼을 눌렀다 공기를 뺐다 하는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리복 펌프는 발매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리복은 기술을 계속 연구하여 펌프 테크놀로지를 농구를 넘어 다른 여러 분야에 접목시키기에 이른다. 그러한 결과물 중 하나가 93년 발표된 리복 펌프 퓨리다. 리복 펌프 퓨리는 펌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펌프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신발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신발이다. 펌프 퓨리가 펌프와 크게 구별되는 점은 바로 디자인이다. 89년에 발표된 펌프는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매우 혁신적이었지만, 그것이 본래 목적을 둔 농구화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펌프 퓨리는 펌프 테크놀로지가 지닌 미래적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다채로운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을 도입하였다. SF 영화에서 나올 법한 모습의 리복 퓨리는 26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세련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신발이었다. 자연스레 펌프 퓨리는 펌프 테크놀로지, 더 나아가 리복을 상징하는 신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경쟁사 중 하나였던 푸마도 신발끈이 없는 운동화를 개발하고 있었다푸마는 이를 디스크 테크놀로지라 칭했다, 신발끈을 대체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리복의 펌프 테크놀로지와 맥락을 같이했지만, 디스크 테크놀로지는 공기 주입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신발끈의 역할을 대체했다. 디스크 테크놀로지는 운동화의 갑피 내부에 삽입된 와이어를, 신발 전면에 위치한 원형의 디스크를 돌림으로써 조여서 운동화를 발에 맞추는 방식이었다. 푸마는 1991년 자사의 러닝화에 디스크 테크놀로지를 넣어 발표했고, 디스크 시리즈는 특유의 편리함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비록 신발끈을 대체하는 기능은 리폭의 펌프가 먼저였지만, 신발끈의 유무를 엄밀하게 따져보자면 푸마의 디스크가 신발끈이 없는 첫번째 운동화라 볼 수 있다.

푸마의 디스크 역시 매우 편리하고 획기적인 기술이었지만, 인기의 측면에서 보자면 리복의 펌프 퓨리에 뒤처지는 건 사실이다. 신발끈 없는 운동화의 대표는 푸마의 디스크가 아니라 리복의 펌프이다. 푸마의 디스크 역시 펌프처럼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며 그 위상을 현재에도 이어가고 있지만 펌프에 비하면 2인자의 이미지가 조금 더 짙다. 하지만 디스크와 유사한 기술이 등장하였고, 우리는 이러한 형태의 신발을 여러 분야에서 좀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기술을 만든 대표적인 회사는 ‘Boa’다. Boa의 설립자 게리 해머슬레그는 “스노우보드 부츠의 전통적인 신발 끈을 더욱 빠르고 편리한” 방법으로 바꾸고자 새로운 기술을 만들었다. Boa의 기술은 01년 등장한 이래로 수많은 사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개발 목적이었던 스노우보드 부츠, 그리고 운동화를 넘어서 작업 현장이나 의료 장비 분야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자사 브랜드에만 국한되었던 푸마의 기술과 다르게 보아의 기술은 여러 분야의 기업에게 제공되었다., 이 때문에 끈 없이 디스크를 통해 조이는 방식은 리복의 그것에 비해 조금 더 상용화되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하였고 제일 궁금한 운동화를 준비 중인 기업은 나이키다. 나이키는 올해 1월 ‘어댑트 BB’라는 이름의 신발을 출시했다. 이 운동화에 적용된 기술은 신발에 손도 대지 않고 신발을 조여주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다. 운동화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으로 신발을 발에 맞추는가.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 어플이다. 어댑트 BB는 스마트폰 어플과 운동화 측면에 달린 버튼으로 조정한다. 운동화 안에는 2주 정도 지속되는 배터리가 있고, 다 떨어질 경우에는 무선 충전 매트를 통해 충전이 가능하다. 어플을 통해서 운동량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 실로 최첨단의 운동화라 할 수 있다.

근 30년 간 신발끈을 새로운 기술로 대체하려는 운동화 업체들의 노력은 여러 업계에 걸쳐 적용됨에 따라 빛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최초로 등장한 지 약 30년이 흐른 지금에도 신발끈의 지위는 공고하다. 시중에 나온 많은 신발, 그 중에서도 특히 대부분의  운동화는 신발끈이 있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신발끈이 풀어지는 것이 일상 생활에 있어서는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1분 1초의 기록이 중요한 러닝이나 빠른 속도로 코트 위에서 움직여야 하는 농구와 같은 운동 중에는 신발끈의 단점이 크게 두드러진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그 정도의 강도로 움직여야 할 일이 많지 않다. 설령 있다 하여도 그 자리에서 묶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신발끈을 없애야 하는 동기로 작용하지 못한다.

또한 이것이 신발끈이 없어지지 않는 주된 이유로 작용할 수 있는 건 운동화가 더 이상 운동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화가 일상 영역에서 어느 정도 구분을 가졌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좀 더 편한 구두 - 가령 로퍼 - 를 신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60년대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옷차림을 살펴본 일본의 책 ‘Take Ivy’ 속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운동화 특유의 편안함 때문인지 운동화를 일상적으로 신는 사람이 언젠가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한 흐름은 러닝화, 테니스화, 농구화, 등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 갔다. 가령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얀 운동화로 유명한 라코스테, 프레드 페리, 스탠 스미스 등의 운동화는 대부분 테니스화로 시작하였고, 이것이 일상적인 영역까지 발을 넓히며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변모하였다. 그 외에도 농구화로 시작한 아디다스의 슈퍼스타는 80년대 스타였던 Run DMC가 착용하며, 농구화에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듯 운동화는 비록 본래의 목적은 운동에 있었지만, 점차 다른 분야(패션)에서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하였다. 이렇게 됨에 따라 운동화는 일상적인 영역까지 나아가 더 이상 단순히 운동을 위한 신발로만 간주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풀어진다는 신발끈의 단점은 운동화에서 굳이 제거될 이유가 없게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앞서 제시한 첫 번째 이유와 이어지는데, 신발끈 자체가 하나의 심미적인 역할을 맡기도 한다는 점이다. 신발끈의 시작은 분명 아주 실용적인 용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신발이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오래 전부터) 패션 아이템의 역할을 했던 만큼, 신발끈 역시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패션 아이템의 일부로 기능하였다. 신발끈이 묶여 있는 모양까지 신발의 디자인으로 간주되었고, 더 나아가 신발끈의 색상을 다채롭게 사용하며 신발끈이 신발의 멋을 살리는 부분으로까지 변모하기도 했다.

세 번째 이유는 굳이 없애야 할 만큼 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운동화에서 일상적인 신발로 변화한 아디다스의 슈퍼스타나 스탠 스미스와 같은 경우도 있지만, 운동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운동화도 많다. 그런데 운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신발끈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선수들이 경기용으로 쓰는 신발도 신발끈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풀릴 수 있다는 단점이 아주 주요하게 작용할 법한 영역임에도 신발끈의 입지가 공고한 데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경제는 이익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굴러간다.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경제적인 선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조건이다. 이를 통해 비추어 보면, 신발끈을 없애는 일은 그렇게 큰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신발끈을 굳이 없애고 펌프나 디스크 등의 기술을 도입하는 게 이익 창출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신발끈은 비싸지 않다. 대부분 천으로 만들어지며 가끔은 메쉬 소재나 가죽으로 만들어진다., 소재가 달라진다 해서 신발끈이 신발의 제작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만한 존재감을 갖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걸 신형 기술로 대체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을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비록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분야에서 끈을 대체하는 기술이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도신발끈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발끈을 대체하는 기술이, 편리함과 뛰어난 기능에도 불구하고,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큰 이익을 거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신발끈은 없어질까. 아마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신발끈이 영영 없어지지 않는다 해도 공고한 신발끈의 영역을 바꿔 보려는 여러 기업의 독특한 시도는 여전히 우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어차피 패션은 기능과 금전적인 이익만으로 선택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외의 다른 심리적인 요소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설사 별 도움이 안 될 법한 기술이라 하여도 그것이 충분히 멋짐을 호소할 수 있다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해당 상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줄을 이을 것이다. 그리고 패션은 그런 쓸데 없어 보이는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빛을 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